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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비문학

폴리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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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의 직업이나 학위를 이야기한다. '나는 개발자다', '나는 어떤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다'와 같이 자신을 특정한 한 가지 분야에 엮어서 소개한다. 거기서 더 깊게 이야기를 한다면 독서, 악기 연주와 같은 자신의 취미를 이야기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취미는 삶의 작은 일부분일 뿐, 이렇게 이야기한 취미활동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찾기 힘든듯하다.

 

 하지만 한가지 일로 자신을 표현하는 현대 사회와 달리 원래 사람은 원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선호한다. 오늘날에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화가 의무화되다시피 해서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과거 수렵채집 시절에는 한사람이 생존에 관련된 모든 활동에 연관되어 있었고, 아테네에서는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교육으로 수학, 기하학, 천문학, 음악을 가르쳤다. 이후 거대한 사회운동을 일으키거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세상을 뒤바꾼 발명을 해낸 많은 사람들이 폴리매스로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활동들을 연결하여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켜 왔다. 

 

 

 폴리매스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이렇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

 -폴리매스 26p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인식은 어떨까? 요즘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자주 보는 질문이 있는데, '이런 거 아시는 분도 있나요? 이런 것도 공부해보면 어떠나요?'와 같은 질문에 '한 가지만 해도 살아남기 힘든 현실인데 한 가지에만 집중합시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당장 개발자로써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코로나로 자신의 업종이 파괴되어 개발자로 피난 온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커뮤니티에 속한 모든 개발자들에게도 저 답변이 유용할까 생각한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가지밖에 못하면 수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고, 심지어 그 한 가지 잘하던 일이 시장에서 도태 됐을 때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어도비에서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을 종료하면서 해당 툴로 일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개발자는 서로 연관이 없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해야 빛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국비지원교육으로 VR/AR 콘텐츠를 제작하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학원에서는 약 3달간 교육을 진행하고, 남은 3달 정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프로젝트 때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것은 대부분 비전공자 거나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기술적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온 아이디어들은 나에게 흥미를 주었고,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개발자가 다른 관심사 없이 한 가지 언어 코딩만 공부한다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0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세계사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특출한 인물을 한 명 선정해 그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이름을 알린 분야 외에도 다양한 관심을 품고 성과를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만 고도로 전문화된 사람을 발견하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폴리매스로 사는 것이 오히려 인간에게 자연스럽다.

 -폴리매스 60p

 

 

책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

 

 단순히 과거의 인류는 폴리매스로 살았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가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기술발달이 극에 달해 한가지 분야만 연구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온 분야들이 생겨나고 있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는 반도체의 미세화 공정으로 성능을 향상시켰지만 이제 더이상 반도체의 선폭을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반도체 분야의 지식과 다른 지식의 통합이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의 열쇠가 미술이 될지, 음악이 될지, 생물학이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기계의 발달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언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 모른다. 이제 평생직장은 물론, 평생직업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직업을 갖는 것에 거부감을 없애야 할 시대가 오고있다. 폴리매스로 살아간다면 일자리를 잃었을때를 대비하는 것을 넘어 자동화에 자신의 일이 대체되는 것에 어느정도 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폴리매스로 살아가는 전략은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삶을 넘어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쓸모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재발명해야하는 시대가 오고있다.

 

 

 

"명쾌하게 규정할 수 있는 일자리들은 자동화에 대체될 위험이 크고, 규정하기 힘든 일자리들은 기계로부터 안전한 편이다. 폴리매스는 후자에 해당하는 일을 처리한다." - 폴리매스 187p

 

 

 "2050년의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재발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유발 하라리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원하는 분야에 대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클래스101의 슬로건이다. 내가 느낀 클래스101과 이전에 없던 다른 온라인 수강 사이트와의 차이점은 바로 큐레이팅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클래스101과 같은 서비스가 생기기 이전에도 인터넷이 활성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곤 했다. 그때에도 새로운 분야에 파고들기 위한 정보가 인터넷에 충분히 많았다고 생각되지만, 정보가 너무 많아 내가 원하는 걸 배우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탐색에 투자하여야 했다. 전문가 신화가 널리 퍼져있고 근무시간이 많은 한국인 특성상 무언가 배우고 싶은 호기심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대부분 흥미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 클래스101은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와 좋아하는 트렌드를 찾아 강의들을 적절하게 큐레이션 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의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물을 미리 준비하고 배송해주는 시스템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한 진입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추어주었다고 생각한다. 

 

<’클래스 101’ 앱 월간 설치 사용자 수 추이(2017년 12월 ~ 2019년 8월) , 출처 : App Ape>

 

 클래스101의 성장세는 2017년 12월부터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래프에 표시되지 않은 올해 1-4분기의 이용자 수는 2019년 대비 30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지표는 폴리매스에 대해 알려지지 않고 전문가 숭배 문화가 팽배한 대한민국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널리 퍼져있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2020년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집콕 운동이 유행하면서 클래스101과 같은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폴리매스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다재다능함의 가치는 더없이 중요하다. 인간은 다양한 재능을 타고나고 그 가운데 다수의 재능을 발현할 때 최적의 상태에 이르고 자아를 실현한다.. 다양한 재능과 폭넓은 지식을 갖춘 폴리매스는 대체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창의적인 의견을 생산할 뿐 아니라 더 재미있고 충만하게 인생을 산다' - 폴리매스 439p

 

 

 

 내가 폴리매스를 읽기 전 음악, 독서, 개발, 그림, 모델링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는 내가 너무 잡캐(게임에서 어떠한 역할군도 확실하게 해내지 못하는 캐릭터) 같다는 말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그래서 재밌어. 그래서 네가 좋아'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이 친구에게 더 재미있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도,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만능캐가 되기 위해 폴리매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멋지게 산 인생은 길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폴리매스

“다가올 세기에 꼭 필요한 필독서”- 대니얼 레비틴, 베스트셀러 『정리하는 뇌』의 저자빌 게이츠가 가장 선호하는 작가 바츨라프 스밀과『정리하는 뇌』의 대니얼 레비틴 강력 추천한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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