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비문학

지금은 포노사피엔스 시대

반응형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은 목티에 청바지를 입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지 12년이 지났다. 아이폰 발표와 동시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스마트폰은 그때까지만 해도 전세계 시장을 이렇게 변화시킬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12년동안  스마트폰과 함께한 인류는 스마트폰이 있기 전의 인류와 이미 크게 달라졌다. 신인류로 진화한 것이다.

 

 2015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 뜻은 지혜가 있는 전화기를 들고다니는 사람이란 뜻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이전,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내 머리속에 해당 지식이 들어있거나 종이로 된 책이나 사전을 하나하나 찾아봐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전공지식이든, 외국어든 준전문가수준의 지식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결과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을까? 미국의 대형 백화점들이 문을 닫았고, 100년 전통의 <TIME>도 파산 후 인수되었고, 우리나라의 한국씨티은행은 90개의 지점을 폐쇠했다.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일상의 모습들이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인가? 바로 포노 사피엔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 책 '포노사피엔스'중 발췌 ) 스마트폰이 유행함으로써 단순히 세계 시장만 바뀐것이 아니다. 사람 그 자체도 바뀌었다.

 

 지난 100년간 뇌과학의 가장 대퓨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 중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것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뇌는 우리가 사는대로 바뀐다라는 것이다. 이 변화에는 나이제한도 없고,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뇌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 종이책으로만 정보를 전달받을때는, 한 정보를 오래 보고 깊게 생각하며 사색을 했지만, 하이퍼링크와 광고들로 가득한 인터넷 상에서 정보를 전달받을때에는 짧은 시간, 압축되거나 한 눈에 파악하기 쉬운 정보(이미지, 영상등)을 보고 빠르게 다른 정보로 넘어간다. 어릴때 오로지 책만으로 공부한 사람과, 스마트폰 위주로 공부를 한 사람과 뇌의 구조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즉, 스마트폰을 만나기 전의 인류와 후의 인류는 다른 뇌를 가지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 학교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19세기 초 영국에 있었던 사회 운동이다. 그 원인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들때문에 일어난 사회 운동이지만, 기계가 없는 사람들이 기계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신기술로 가치를 잃은 사람들이 신기술을 거부한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더. 과거 러다이트운동과의 차이점이라면, 과거에는 신기술이 없는 자(노동자)와 신기술이 있는 자(자본가)사이에 사실상 따라잡기 힘든 부의 차이가 있었지만, 현대의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는 '지식과 운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마차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의 삶을 부신 자동차의 등장과 같이, 택시업계에서는 우버의 등장에 두려움을 느끼고 서울광장서 대규모 시위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 결과, 서울시는 우버 서비스에 대한 신고 포상금 조례까지 제공하며 대한민국에서 우버의 싹을 뿌리뽑아버렸다. 또한 지난 2018년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출범시켰으나, 택시 업계의 강렬한 반대와 함께 분신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 우버가 실제로 대한민국에 득과 실이 되냐를 떠나서, 한국에서 기존 시장체제를 위협하는 신문물을 견제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책 포노사피엔스의 작가는 이러한 견제를 비판하고 있다. 게임강국으로써 전 세계에 큰 돈을 벌어들이고 수많은 스타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이지만, 수많은 게임규제로 게임시장이 죽어가는데 영향이 갔다고 생각하고, 우버의 대한민국 서비스 종료를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으로의 한걸음을 막았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있기 전과는 다른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인데, 아직도 호모사피엔스의 방법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이다. 물론, 기존 시스템을 갑자기 개혁하는것 또한 리스크가 너무 크고 잘못된 일이지만, 적어도 인류는 진화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과거의 조선처럼 세계에 크게 뒤쳐지고 지배당할지도 모른다.

 

 

 

 

 

 

포노 사피엔스 - 교보문고

인문과 공학을 아우르는 통찰과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지난 10년간 발생한 급격한 시장 변화를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를 중심으로 풀어낸 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 교수의 『포��

www.kyobobook.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