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구세계 사람들은 모든 백조는 흰 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런데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두어 명의 조류학자 앞에 홀연히 나타났으니 얼마나 흥미롭고 놀라웠을까. .. 수천 년 동안 수백만 마리가 넘는 흰 백조를 보고 또 보면서 견고히 다져진 일반론이 검은 백조 한 마리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블랙스완 21p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우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현재를 살아간다. 이것은 약 40만년전부터 우리 인류가 생존하고 발전해온 과정이다. 씨앗을 땅에 심으면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농사를 했을 것이며, 혼자 잡기 힘든 동물도 여러 명이서 잡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사람을 모아 사냥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바탕으로 어떠한 일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예외 상황 없이 성공적으로 완수될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사건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가 어떤 예외 사건이 일어날것이라고 파악하는 경우 그 사건은 곧 별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2001년의 9.11테러를 생각해 보자. 만일 이 테러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어떤 예언가가 이 사건을 예견하고 방탄장치를 설치하는 등 테러 가능성을 제거했다면 오히러 9.11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신경질적인 사람들은 그 예언가의 예언을 빗나간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수습보다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예방 행위에 보상이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가 쉽사리 깨닫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는게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조금 아는것이 세상의 전부인듯 착각하고, 정말 꾸준히 공부하고 깊은 내공을 쌓은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 모르는것이 대부분이라 말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 즉, (나를 포함해서)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인간의 이러한 특성으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더 취약하다. 그리고 내공이 없는 사람들은 예외적인 사건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아프기 전에 보험 들을걸"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비도 없는 무보험자들이 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2017년기준 약 20만명의 실적을 올리고싶은 보험설계사들이 이 사람에게 보험영업을 안했을까? 요즘은 TV에도 보험사별로 보험광고가 돌아가며 나오던데, 이 무보험자가 보험을 안들은 이유는 그저 자신이 아플거라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다. (아프기전에 최소한 실비는 가입하자)
이 경우는 더 심하다. 이 사람들은 정말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자신이 미래를 알고있다는 듯이 거침없이(생각없이)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틀릴거란 생각을 안하기에 그 돈을 잃을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큰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돈을 잃은 후에도 자신에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여, 전에 잃은 돈을 다시 얻기 위해 큰 돈을 투자하고 잃기를 반복한다. 자신이 잘못된 방법으로 운이 좋아 자산을 큰 부를 얻어도, 한번 운이 나쁘면 모든것을 잃을 수 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백조처럼.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는 증거만 찾는 사람들은 어느새 그 증거들로 인해 스스로를 기만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은 쥐 잡는 함정을 눈앞에 두고도, 그저 먹이만 보고 앞으로 걸어가는 쥐나 다름없다.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자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 100만 가지의 설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정말로 올바른 풀이는 우리가 알 수 있든 없든 하나만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은 100만 가지 중 그럴듯할 설명과 하나의 정답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그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체 문제'라는 유명한 주제가 있다. 태양계에 행성이 두 개 뿐일 때 이 두 행성의 움직임은 무한히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행성 사이 극히 작은 물체가 하나만 추가되기만 해도 예측은 극히 어려워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상은 이 3체 문제 보다 훨씬 복잡하다. 인간의 머리로는 세상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현실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도 결과만 보고 그 과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과학실험처럼 반복적으로 실험이 가능한 경우라면 모를까, 어떤 역사적 사건의 결과만 보고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헛똑똑이들은 어떤 사건의 결과만 보고 왜 그 결과가 일어났는지 정확히 분석했다고 이야기하며, 심지어 그 분석결과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큰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자신의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회색 이불 위에 얼음덩어리가 하나 있다고 해보자. 사람들을 모아 이 얼음덩어리가 녹으면 이불에 어떤 자국이 남을것인지 예측하는것은 쉬울것이다. 하지만 이불에 묻은 물자국을 보고 원래 얼음덩어리가 어떤 모양이였는지 3D 모형으로 정확히 예측하는건 어떨까? 아마 넌센스퀴즈를 맞추는 느낌일 것이다. 요리된 달걀을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이 마찬가지로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나비에서 허리케인으로 가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허리케인에서 나비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하지만 인간들은 몇가지 결과만 보고 그 사건의 과정을 완벽히 알아냈다고 착각한다. 역사책만 봐도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우리의 정보는 불완전하고 그로 인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게 있음을 인지하고,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교육은 어떠한 문제에 대하여 정해진 답이 있다는 끔찍한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기 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게 대부분이다.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아는것과 모르는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함부로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전문가의 탈을 쓴 사기꾼들에게 속아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아에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인간의 장점중 하나는 미래를 예측해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점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예측이 실패했을때 리스크가 감당가능할 때 예측하고 행동해라.
오히려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엄청난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는 무작위성에 살을 내주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행운이다. 공장에서 죽을때까지 열심히 일한다고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지는 않는다. 복권은 복권을 사는 사람이 당첨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행운은 복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행운의 규모는 무한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에 자신의 소설을 쓴 후, 그것을 사실이라고 착각하면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당신을 덮칠지도 모른다. 무작위성이란 궁극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것이다. 세계는 불투명하다. 우리는 그 겉모습에 현혹당한다.
'서평 > 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 역사의 동반자, 모기 (0) | 2020.09.12 |
---|---|
지금은 포노사피엔스 시대 (0) | 2020.09.12 |
한국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0) | 2020.09.12 |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질보단 양이 중요하다 (0) | 2020.09.12 |
잠 줄이는 법, 최소한의 권장 수면시간은? (0) | 2020.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