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환상'은 '실재'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생각의 탄생, 37p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받아왔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다양한 문제를 풀며 좋은 시험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몇퍼센트나 될까? 나는 마이스터고를 나왔다. 마이스터고는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바로 진학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선취업을 목표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환상 속의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실재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문제'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다양한 전공지식을 배우면, 그 배운 지식을 평가하는 중간, 기말고사는 실제 성적에 반영되는 비율이 적으며, 그를 응용해서 실습을 하고 결과물을 제출하는 수행평가의 비율을 크게 평가한다.
하지만 1학년 초 학생들에게 시작부터 실습 수행평가를 시킬 수는 없으니, 1학년(특히 초반)에는 실습보다는 '환상속의 지식'위주의 수업과 시험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이렇게 3년 동안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1학년때 좋은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친구는 프로그래밍 책을 전부 암기해서 노트에 복사했지만, 수행평가는 하를 받았다. 그들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암기했지만, 그들의 환상은 실재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책 생각의 탄생에서는 한 대학 역사상 가장 총명한 학생들 중 하나인 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공부밖에 모르는 책벌레이며 전 과목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강의실 문을 여는 방법을 몰랐다. 정확히는 물체를 회전시키는 토크의 힘을 현실에 적용해 문을 여는 방법을 몰라 그저 힘으로 문을 열려고 한 것이다. 친구들이 강의실 문여는 법에 토크가 개입된다는걸 알려주자, 존은 그제서야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문을 효율적으로 열기 위해 어떻게 힘을 가해야 하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존과 몇몇 학생들처럼, 배운 지식을 현실에서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케임브리지대학의 톰슨박사도 많은 학생들이 렌즈에 관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잘 풀면서도 막상 렌즈를 이용해 촛불을 관찰하라고 시키면 잘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이라는 것을 그저 시험지에 답을 써내는 용도로만 생각한다. 학교에서 나는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수학을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은 똑같은 문제를 암기해서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해 수학을 공부 했고, 나는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속에 그려보면서 이해할 때 까지 공부했다. 그 결과, 나는 수학 최고점을 받는 학생은 아니였지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 친구들이 물어보러 왔으며, 3학년 수학선생님이 문제를 꼬아서 내자 대부분의 학생들의 점수가 폭락했지만 나의 점수는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과정에서 나는 수학문제를 '형상화'하는 능력이발달했을 것이다.
'형상화'란 생각의 탄생에서 이야기하는, 13가지 생각도구 중 하나이다. 생각도구에는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이렇게 13가지가 있으며, '실재'와 '환상'을 재결합 해서 창조를 이끄는 방법들을 말한다. 이 책은 파블로 피카소, 아인슈타인부터 마르셀 뒤샹처럼 창조성을 빛낸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력을 이끈 습관을 이 13가지 생각도구로 분석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럼 환상속 지식을 어떻게 현실에 응용할 수 있을까?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만 해도 300가지가 넘는다. 최종적인 답은 아마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열 명의 화가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나무를 그리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존재하는 단 하나의 해결방법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 13가지 생각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문제를 어떻게 변형시키고 나의 지적지식과 감각지식을 통합시키든 문제를 풀 방법은 아주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풀기 위해서는 그저 평소에 우리의 생각도구들을 발달시켜야 좋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환상 속 지식을 현실에 잘 응용하기 위한 핵심 생각도구들은 '형상화', '모형 만들기', '놀이' 이 3가지이다. 먼저 형상화로 이론을 통해 배운 지식을 그저 암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이미지로 재창조해야 문제에 응용할 수 있으며, '모형 만들기'로 나의 이러한 이미지가 현실적인 것인지 메타인지를 높여 사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도 생각하는데, 나는 프로그래밍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했다. 그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남들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고, 더 간결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남들과 경쟁하며 칭찬을 받기 위해 '놀이처럼 프로그래밍'을 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래밍이 '이해'가 됬었다. 나와 반대로 프로그래밍을 그저 '암기'한 학생들은 이를 그저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로 생각했던 것 같다.
놀이는 그저 놀이일때 그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압박감을 받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놀이를 한다면 나는 그 상황을 마음껏 통제하고 끈임없는 도전을 하며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렇게 통제하는 과정에서 규칙생성과 더 재밌는 상황을 위한 규칙비틀기, 그리고 끈임없는 도전을 통한 그 분야에 대한 고통 없는 지식 습득을 할 수 있다. 놀이에 고유한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놀이의 결과가 단순히 즐거움을 유발하는 차원을 넘어 좋은 목적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는건 옳지 않다. 이처럼 '놀이'를 하는 것은 각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태도다.
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싫어하는 내용을 공부할 때 '이런걸 배워서 어디다 써?'라고 말을 하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이런 곳에서도 사용하고 있었구나!'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목은 대표적으로 수학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동안 힘겹게 배운 내용들을 암기만 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면 저런 놀람을 느끼지 못하는건 기본이고 창의적인 일을 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나도 이 책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것을 느낀다. 앞으로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기 위해서 이 책에서 이야기한 생각도구를 발달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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