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세상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고민해보는 내용이다. 일상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나, 삶이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될 때, 이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등 삶의 대한 관심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우리는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게 된다.
이와 같은 주제의 삶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삶은 유한하고, 이 세상에서 나의 육체로 살아가는 인생은 유일하기 때문에, 한번 뿐인 삶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가끔 찾아온다. 과거의 삶에 너무 얽매여 현실을 살아가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고, 한번 뿐인 인생 뒤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YOLO족도 있고, 미래의 성공만을 생각해 현재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고민의 답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성장배경과 현재의 환경차이의 가지수는 무한하며, 한가지 삶을 선택하고 그 삶을 살면 다른 삶은 살 수 없기에 어떤 선택이 더 행복한 삶이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고민의 답이 없다하더라도 그러한 고민을 해 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의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수많은 답중 하나에는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이 있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가 꼭 집필하고 싶어서 썻다기 보다,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작성한 책이다. 계기가 어떻든,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자신의 미래계획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대한 질문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나름대로 찾은 대답들과 함께 이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자기결정권이 없는 삶
유시민 작가의 대입본고사 국어시험 작문 주제가 '내가 사랑하는 생활'이었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썻다. '평범한 삶이 아름답다', 나름 멋져 보이는 문구로 마무리를 한 그는 점수는 잘 받았지만 현재의 그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문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평범해도 평범하지 않아도 인생은 훌륭하거나 비천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문제가 꿈이 없다는 것이였다고 말한다. 그저 살아있기에 사는 삶, 목표도 방향도 없이 그는 '닥치는 대로' 살았다고 말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닥치는 대로 살아왔다. 구로동 야학교사가 되어 학습을 돕기도 하고,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 몇장을 살포하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환희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삶이 훌륭한 삶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서 설계한, 자신이 원한 삶의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는 사회에 대해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고 말한다. 성년이 된 이후 오랫동안 그를 지배한 감정은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었다. 수치심과 분노, 슬픔,연민, 죄책감,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크라잉넛 멤버들이 자신보다 훨씬 훌륭하게 살았다고 그는 생각한다. 크라잉넛은 '말달리자'라는 대표곡을 가진 펑크 밴드로, 그들의 인생철학을 담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유시민 작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크라잉넛 멤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삶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사회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삶. 유시민 작가는 이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삶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자기결정권이 없는 삶이라면 훌륭한 삶이라 할 수 없다.
여우와 신포도
어느 날 여우는 나뭇가지에 잘 익은 포도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어요.
포도는 달콤한 즙이 톡 하고 터져 나올 것 같았죠.
여우의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였어요.
여우는 포도를 향해 뛰어올랐어요.
하지만 포도는 훨씬 높은 곳에 있어 손에 닿지 않았어요.
여우는 다시 뛰어올랐어요.
"조금 더 높이 오르면 포도를 딸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포도를 따기엔 어림없었죠.
결국, 여우는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휙 돌렸어요.
"흥, 저 포도는 시어 터져 맛이 없을 거야!"
-이솝 우화
사람들은 여우가 자신의 무능을 합리화했다고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이것이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삶을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오르지 못할 나무가 많다.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와 넘을 수 없는 벽에 매달려 인생을 소모하는 것 역시 어리석다. 모든 나무와 벽을 오르고 넘어서야 행복한 삶,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생은 '매우 짧기'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던 사람을 뽑자면 김연아가 생각난다. 그리고 한때 인터넷상에서 '빛현우'로 불리는 조현우와 최근 '원더골'로 축구 팬들을 울린 손흥민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들도 각자의 영역에서만 빛날 뿐이다. 김연아에게 축구를 시킨다고 손흥민처럼 못 할 것이고, 손흥민도 김연아처럼 피겨스케이팅을 못 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선택'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오는 기회비용에 가끔 정신승리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삶은 불안하고 허무하며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하다. 우리는 언제나 차별 받을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 잡아야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77억명의 사람 중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하지만 세상은 아직도 부조리하다. 우리는 모든 나무를 오를 수 없고 또한 매우 짧은 삶을 살기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충동에 휩쓸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그런 것이다. 이런 세상이라서 그런지 책도 방송도 모두 힐링이 대세다.
최근 페이스북의 책 소개하는 페이지에 힐링과 관련된 책에 대한 컨텐츠가 소개되었고, 거기에 달린 베스트 댓글의 내용이 '그놈의 힐링 못해서 안달이 난 대한민국'이다. 그 밑에 '결국에 이 결론', '양산형 힐링책, 지겹다' 이라는 댓글들이 눈에 띈다. 나도 이러한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사람들이 힐링책만 찾고,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아'같은 내용을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하는데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년은 아기가 아니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상처를 입어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야 비로소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말이 냉정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힐링에 대해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다.
위로와 힐링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합리화를 위한 힐링은 문제를 곪아 썩어 더 큰 문제로 만들 수도 있다. 위에서 자기결정권을 갖자고 말했는데, 진정한 자기결정권을 얻기 위해서는 가끔 싫은 일도 해야하는 법이다. 능력이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있어야 선택의 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러하기에, 몇년동안 이어진 힐링열풍에 질린 사람들은 위로를 찾는 사람들을 게으른 사람, 무능한 사람이라고 공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힐링을 무시하는 것도 잘못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달려왔지만 큰 목표 앞에서 좌절한 사람에게, 다음 목표로 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사회 시선의 노예가 된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도, 화려한 인생을 사는 듯 하지만 공허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힘이 되어 주는 것이 힐링이기 때문이다. 삶은 불안하고 허무하며 부조리로 가득하다. 생명은 유한하며 시간은 우리를 기달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끔은 정신승리와 힐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왜 자살하지 않는가? 철학자 카뮈는 자살이 유일하게 중대한 철학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적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답은 없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자.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아니, 당신은 왜 자살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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