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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개발 독서

책임과 메시지 -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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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메시지

 방관자 효과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위키백과 방관자 효과] 즉 사람이 많을 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훌륭한 객체지향의 세계는 명확하게 정의된 역할과 책임을 지닌 객체들이 상호 협력하는 세계이다. 역할과 책임이 흐릿할수록 어떤 협력자도 찾지 못할 것이다.

 

자율적인 책임

 "객체지향 세계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라는 점을 명심하라.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의 수준 역시 자율적이여야 한다."

 

 객체가 어떤 행동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수신했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각자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의미한다. 적절한 책임이 자율적인 객체를 낳고, 자율적인 객체들이 모여 유연하고 단순한 협력을 낳는다. 따라서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얼마나 자율적인지가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품질을 결정한다.

 

 판사가 증인에게 '증언하라' 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면, 증인은 자신의 방법대로 자율적으로 증언을 하면 된다. 하지만 판사가 자신이 원하는 '특별한 방법으로 증언하라'라고 요청을 한다면, 증인은 '증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판사의 입장에서 증인이 어떻게 증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증인이 증언이라는 책임만 완수할 수 있다면 나머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는 증인이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이처럼 객체에 적절하게 자율적인 책임을 준다면, 객체는 해당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자신만의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라'와 같은 너무 추상적인 책임을 선택한다면 오히려 증인이 제대로 된 책임을 수행하지 못할 수 도 있다. 문맥에 따라 협력에 적절한 자율적인 책임을 선택하여야 한다.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어떻게(how)가 아니라 무엇(what)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어떻게"가 추가될수록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메시지와 메서드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객체에 접근한다. 판사가 증인에게 전송하는 메시지를 가리키는 '증언하라'라고 하는 부분을 메시지 이름(message name)이라고 한다. 이 떄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 메시지의 인자(argument)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메시지 전송'은 수신자와 메시지의 조합이다. 수신자, 메시지 이름, 인자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메시지 전송이 된다. 예를 들어 '모자장수에게 어제, 왕국에서 목격한 것을 증언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송할 것이다.

 

모자장수.증언하라(어제,왕국)

 

 메시지를 수신하는 객체는 우선 자신이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다면 해당 객체가 자율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처리한다. 따라서 증인이 메시지 자체를 변경하지만 않는다면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판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이것은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메시지를 기준으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설명에서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와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때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메서드'라고 한다. 메시지는 '어떻게' 수행될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는다. 메시지는 단지 '무엇'이 실행되기를 바라는지만 명시하고, 어떤 메서드를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수신자의 결정에 좌우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런타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이것은 프로시저 호출에 대한 실행 코드를 컴파일 시간에 결정하는 절차적인 언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이다.

 

 메시지와 메서드의 차이와 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객체지향의 핵심 개념인 다형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형성을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 이상의 메서드 사이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메시지 송신자의 관점에서 다형적인 수신자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요청을 수행할 책임을 가진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그렇기에 다형성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들 사이의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형성은 객체들의 대체 가능성을 이용해 설계를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다형성은 수신자의 종류를 캡슐화하여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객체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로 낮춤으로써 달성된다. 객체지향이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다는 명성을 얻게 된 배경에는 다형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은 협력의 의미

1. 협력이 유연해진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2.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송신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도 수신자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의 세부적인 수행 방식을 쉽게 수정할 수 있다.

3.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도 다양한 객체들이 수신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클래스가 코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추상화 도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객체지향의 강력함은 클래스가 아니라 객체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로부터 나온다.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은 클래스를 이용해 만들어지지만 메시지를 통해 정의된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는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가와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책임 주도 설계 다시보기

 객체지향 설계는 적절한 책임을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하면서 메시지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객체들의 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을 이용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책임-주도 설계[Wirfs-Brock 2003]라고 한다.

 

What/Who 사이클

책임-주도 설계의 핵심은 어떤 행위가 필요한지를 먼저 결정한 후 이 행위를 수행할 객체들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흔히 What/Who 사이클[Budd 2001]이라고 한다.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위(What)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 누가(Who)그 행위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행위가 바로 메시지다.

 

 수신가능한 메시지가 모여 객체의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What/Who 사이클이라는 용어는 역할을 수행할 객체의 인터페이스를 발견하기 위해 메시지를 이용하는 책임-주도 설계의 핵심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메시지를 통한 '인터페이스 발견'은 테스트-주도 설계 방법을 이용해 객체를 설계할 때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묻지 말고 시켜라

 메시지를 먼저 결정하고 객체가 메시지를 따르게 하는 설계 방식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독특한 스타일을 따르게 한다. 이 스타일을 묻지 말고 시켜라(Tell, Don't Ask) 스타일 또는 데메티르 법칙(Law of Demeter)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먼저 결정하고 메시지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하는 방식을 따르다 보면 객체 사이의 협력 방식을 결정짓는 한 가지 스타일에 이르게 된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어떤 객체인지 모르기 때문에 객체에 관해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어떤 객체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전송한 메시지를 잘 처리할 것이라고 믿고 메시지를 전송할 수 밖에 없다. 이 스타일은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이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모든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객체 인터페이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란 어떤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 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인터페이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학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2.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3.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를 예를 들면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객체가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한 접점이다. 객체는 다른 객체로부터 메시지를 받아야만 자신에게 할당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 객체가 '증언하다'라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책임의 수행을 야기하는 '증언하다'라는 메시지를 수신할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느냐가 어떤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느냐와 어떤 인터페이스를 가질 것인지를 결정한다.

 

 맷 와이스펠트(Matt Weisfeld)는 객체지향적인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Weisfeld 2008]

 

- 좀 더 추상적인 인터페이스

- 최소 인터페이스

- 인터페이스와 구현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내부 구조와 작동 방식을 가리키는 고유의 용어는 구현(Implementation)이다. 객체를 구성하지만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것이 구현에 포함된다.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라는 것은 결국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명확하게 분리하라는 말과 동일하다.(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

 

 인간의 두뇌가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변경이라는 강력한 적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생존 전략은 변경해도 무방한 안전 지대와 변경했을 경우 외부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지대를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서 안전 지대가 바로 객체의 내부인 구현이고 위험 지대가 객체의 외부인 공용 인터페이스다. 적절한 구현을 선택하고 이를 인터페이스 뒤로 감추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은 변경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좀 더 고급스럽게 말하면 송신자와 수신자가 구체적인 구현 부분이 아니라 느슨한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만 결합되도록 만드는 것이다.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분리한다는 것은 변경될 만한 부분을 객체의 내부에 꽁꽁 숨겨 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 원칙을 수행하기 위한 객체 설계 방법을 캡슐화라고 한다.

 

캡슐화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캡슐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사용된다.

 

- 상태와 행위의 캡슐화

- 사적인 비밀의 캡슐화

 

상태와 행위의 캡슐화

 객체는 상태와 행위의 조합이다. 객체는 상태와 행동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자율적인 실체다. 이 중에서도 외부에 공개해야만 하는 행위만 골라 공용 인터페이스를 통해 노출한다. 이 관점에서의 캡슐화를 데이터 캡슐화라고한다.

 

사적인 비밀의 캡슐화

 객체는 외부 객체가 자신의 내부 상태를 직접 관찰하거나 제어할 수 없도록 막기 위해 의사소통 가능한 특별한 경로만 외부에 노출한다. 자율적인 객체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수정하지 않는 한 자신과 협력하는 외부 객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부의 구현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자율성

 객체지향에서 전체적인 협력의 설계 품질을 결정하는 기준은 이해하기 쉽고 변경에 용이한가라고 할 수 있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이해하기 쉬워지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1.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을 단순하게 만든다.

-> '증언하다' 라는 책임은 세부 사항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책임의 추상화)

2. 자율적인 책임은 객치의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 

->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외부에 노출하는 부분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나눈다.

3. 책임이 자율적일 경우 책임을 수행하는 내부적인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변경에 의해 수정돼야 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명확해진다. 변경의 파급효과가 객체 내부로 캡슐화되기 때문에 두 객체 간의 결합도가 낮아진다.

4.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 '증언하라' 라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면 어떠한 객체가 그 책임을 수행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설계가 유연해지고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5.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역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특정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기가 쉬워진다.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응집도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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